이전 포스팅에서 말레이시아에 대해 소개를 하면서 대다수의 말레이인들이 이슬람교를 믿고, 국교로 정해져 있지만 있지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에 각자의 선택에 따라 불교, 힌두교, 기독교 등의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했었습니다. 서로의 믿음을 존중하는 다민족 다종교 국가답게 말레이시아에는 이슬람을 위한 모스크, 불교신도를 위한 절, 힌두교의 힌두사원, 교회와 성당까지 찾아볼 수 있었고요.

2012/08/27 - [생활의참견/밀착형리뷰] - [말레이시아 즐기기] 1. 볼거리가 가득한 수도 쿠알라룸푸르!


다양한 종교가 있다보니 거의 매달 종교 관련 축제 기간이 열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더군요. 이런 축제들이 열릴 때마다 타종교인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이 만들어지는 건 당연하지요. 다민족 다종교 국가 말레이시아가 가지고 있는 특유한 성숙된 관용의 문화를 바로 축제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축제들이 열리는 만큼 구경하고 싶은 축제 기간에 맞추어 여행을 하는 것도, 말레이시아 여행을 즐기는 꽤 멋진 방법인 것 같습니다.



1월 : 타이푸삼

  

and in the naked light i saw… by dckf_$êr@pH!nXThaipusam - Devotee with Piercing and Weights by tbSMITH

P2010142 by dckf_$êr@pH!nX

Hanging Kavadi by Santo Chino

말레이시아에 가본 적은 없지만, '타이푸삼' 은 저도 오래 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축제이기도 합니다. 막연하게 힌두교인들의 축제라고 알고만 있었지요. 타이푸삼은 '타이'와 '푸삼'의 합성어라고 하는데요, '타이'는 타밀(Tamil)력(曆)의 10번째 달인 신성한 한 달을 나타내며,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의 기간에 해당하고 '푸삼'은 축제 기간 중 가장 높게 뜨는 별을 의미합니다. 올해 2012년에는 2월 7일이었다고 하는 군요. '타이푸삼'은 무가신(Lord Murga)과 수브라마니암신(Lord Subramaniam)의 영광을 기리기 위해 개최하는 힌두교의 참회와 속죄의 고행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축제는 보통 사흘에 걸쳐 진행된다고 합니다. 첫째 날에는 사원과 신상을 꽃으로 꾸미는 것으로 시작해서 둘째 날에는 각 지역의 사원까지 황소가 이끄는 꽃마차에 수브라마니암 상을 싣고 신자들이 그 뒤를 따르는 행렬이 이어집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소개할 때 시 외곽에 위치한 힌두교 성지 바투 동굴(Batu Caves)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타이푸삼'을 살짝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요. 쿠알라룸푸르의 경우에는 바투 동굴까지 15km에 이르는 행렬이 벌어진다네요. 행렬에는 힌두교 신도들과 타이푸삼에 함께 하는 관광객들까지 더해지면 상상만으로도 엄청난 행렬일 것 같네요, 가히 장관이겠죠? 무엇보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셋째 날에는 신자들이 카바디(Kavadi)라고 불리는 화려한 장식의 등짐을 메고 주문과 드럼을 소리에 맞춰 힌두사원을 돌게 된다고 합니다. 이 '카바디' 사진을 보니 그저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카바디는 삶이 주어진 짐을 의미하는데, 바투 동굴 처럼 긴 계단을 오르는 동안 이 무게를 참고 견디면서 고통을 이겨내는 거지요.
여기에 길게는 1미터에 이르는 가느다란 쇠꼬챙이를 혀나 뺨 등에 관통시키는 가 하면, 날카로운 갈고리로 등과 가슴의 피부에 피어싱을 한다는데요. 사진을 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피어싱입니다. 참회와 속죄의 마음으로 고행의 길을 택한 사람만이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 정도니 그저 고행자들이 대단해 보이기만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누구도 피를 흘리거나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네요. 바로 힌두교인들은 이것이 신의 가호라고 믿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말레이시아를 가게 되면, 이 타이푸삼 축제 기간에 맞춰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과서 속에서만 배웠던 힌두교의 문화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 타이푸삼이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에서는 행해지지만 정작 인도에서는 행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그런면에서 보면 힌두교가 국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큰 종교적 행사를 치뤄내는 말레이시아만의 포용성을 엿볼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2월 : 중국 설날


Chinatown CNY Night Market- Decorations by Ravenblack7575Happy Chinese New Year 2006 by Laurence & Annie

The Ugliest Ang Pow in 2012... by WindKohChinese New Year Parade 2012 by Glyn Lowe Photoworks

말레이시아 인구의 4분의 1정도를 차지하는 민족이 바로 중국인들이라네요. 한국도 그렇지만 중국인들에게 있어 한 해의 가장 중요하고 큰 명절이 바로 설이지요. 거대한 대륙의 포스 답게 중국의 설날도 엄청난 규모와 화려함을 자랑한다고 해요. 중국 설날 축제는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중국 음력의 1월 1일부터 시작해서(올해는 1월 23일 이었죠) 무려 15일간 개최된다고 합니다. 멀리 떨어진 식구들이 모두 모이고 부모님들이 자녀들이나 친척들에게 앙빠우(Ang Pow)라 불리는 돈이 담긴 붉은 색 봉투 나누어주며, 행운과 부를 상징하는 중국의 만다린 귤을 함께 나누어 준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모든 중국계 상점들과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의 집은 새 해를 기원하는 기념물들로 장식된다고 합니다. 아마도 여기저기 붉은색으로 가득하겠죠? 

화려한 퍼레이드와 중국 악기로 선보이는 음악 축제가 열리고요. 설날 전야에 이루어지는 불꽃놀이를 비롯해서,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 행운을 빌며 한 해동안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로 즐겨왔던 전통 사자춤과 용춤이 공연되기도 한다는 군요.

한 번쯤은 외국에서 설날을 맞이하는 것도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언젠가 한 번은 15일이나 되는 설 연휴를 즐겨볼 겸 중국에서 설 연휴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워낙 민족 대이동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사실 좀 걱정이 된 것도 있었는데, 말레이시아에서 중국 설날을 보내는 것도 재미있겠어요. 말레이시아에서 중국 설날 기간에 한국 설을 쇠는 방식으로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5월 : 카마탄 축제


Kaamatan_08_12 by CK WongKaamatan_14 by CK Wong

사바(Sabah)지역에서 개최되는 카마탄 페스티벌은 매년 5월 말에 개최하는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추수 감사 축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추수하면 9, 10월이 자연스레 연상이 되는 저는 5월 말이라는 날짜가 생소하게 느껴지네요. 

카마탄 축제는 보보히잔(Bobohizen)이라고 불리는 주술사들이 전통 의상을 차려 입고 주술을 외우면서 일렬로 줄지어 걸어가는 마가야우(Magayau) 의식을 치르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추석처럼 곡식의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이지요. 카마탄 페스티벌은 사바 지역을 다스리는 신(키노인간_Kinoingan)과 그의 딸(휴미노던_Huminodun)에 관한 전설로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흉작으로 굶어 죽어가던 사람을 보고 고민하던 사바지역의 신이 자신의 딸을 희생시켜 그녀의 몸 안에서 나온 벼 싹으로 이 지역 사람들을 굶주림에서 구했다는 전설이지요. 전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전통으로 뿌리내리게 되었고요. 사바 지역의 가장 커다란 부족인 카다잔(Kadazan)족은 풍년을 축복하면서 '미인대회'를 연다고 해요. 즐거운 전통 춤과 놀이, 게임이 펼쳐지는 가운데 외모, 용감함, 기품, 지성을 지닌 미인을 선정한다네요.

카마탄 페스티벌은 추수한 곡식에 대해 신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치르는 행사이니만큼 축제의 모든 음식은 쌀로 만들어진다는 군요. 축제에서 가장 귀빈 대접을 받는 것은 그 해 수확한 쌀로 만들어진 타이파이(Taipai)라는 술인데요, 이 술을 대접하면서 축제를 즐긴다는 군요. 



6월 : 가와이 페스티벌


Tuak- Fresh Palm Wine by hey tiffany!Gawai feast by pegash

Pat's dance by pegash

Longhouse greeting by pegash

이름이 왠지 일본의 축제 같지만, 이 가와이 페스티벌은 사라왁(Sarawak)지역의 추수 감사 축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사바의 카마탄 페스티발과 함께 지역의 유명한 추수 감사 축제로 알려져 있지요. 

이 포스팅의 맨 위 타이틀에 말레이시아 지도를 올려놓았는데요. 보시는 것과 같이 사라왁 지역도 사바 지역과 함께 동 말레이시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슬람 색채가 강한 주 말레이 반도(서 말레이시아)와 달리 보르네오 섬의 동 말레이시아 지역에서는 보르네오 원주민들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의식들을 이 축제기간에 많이 볼 수 있다는 군요. 

사라왁 사람들은 가와이 페스티벌이 신이 사람들에게 시킨 행사라고 믿고 있어서 신성화 되어 있고, 행사에 참가를 하거나 잠깐이라도 지나친 사람은 그의 인생이 신의 축복을 받는다고 믿고 있어서 매 해 다양한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답니다. 아, 숟가락만 잠깐 올려놔도 복 받을 수 있는 겁니까! 이런 무한 긍정과 무한 포용력의 축제가 다 있다니!

말레이시아 관광청의 소개글에 따르면, 사라왁 지역의 다약(Dayak) 사람들은 행사가 있기 몇 일 전부터 여자들은 전통음식을 한 가득 준비하고, 조상의 묘지를 깨끗이 한다네요. 축제 전날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뚜악(tuak)이라는 전통 술을 손님들에게 베풀고 춤을 춘답니다.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춤을 추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군요. 축복의 기간이니만큼 많은 커플들이 결혼이나 약혼을 하기도 한다네요. 

 


9월 : 문 케이크 축제(월병축제)

mooncakes by nocasIMG_8436 by beggs

Moon Festival by aurélienIMG_8364 by beggs

문 케이크 축제는 연중 여덟 번째 달의 15일에 치러지는데요. 말레이시아에서는 9월에 시작된다는 군요. 문 케이크 축제는 중국의 원나라 왕조(몽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에서 몽골 왕권에 항거하기 위해 월병 안에 반란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는 비밀 문서를 넣어서 작전을 수행했던 것이 그 유래라네요. 문 케이크 축제 때는 갖가지 색으로 치장한 용 모양의 등불 행렬이 이어지는데, 아이들은 동물 모양의 랜턴을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등 화려한 랜턴 퍼레이드를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등불 행렬 못지 않게 유명한 것이 바로 월병을 만들어 먹는 풍습인데요. 월병(moon-cake)은 떡 안에 만두처럼 계란, 호두, 대추, 잣 등의 곡식을 넣어 만든다고 합니다. 초콜렛과 계피를 넣어 달콤하게 먹기도 하고, 판단 잎과 두리안을 넣어서 독특한 맛의 월병을 만들기도 한다네요. 둥근 과일과 함께 달에게 바치면서 행복과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지요. 둥근 월병의 모습은 이름처럼 달의 모습을 닮아서 이기도 하지만, 중국인들에게는 가족의 통일을 상징하기도 해서 말레이시아에서 중국인들은 이날 가족 모임과 기도를 올리면서 축제를 즐긴다는 군요. 



10월 : 디파발리

Season's Greetings! by "The Wanderer's Eye"Dev Deepavali aarti by Spyros P

Rangoli - Colour Art by Balaji.BIndia - Kolam - 15 by mckaysavage

디파발리는 힌두교인들의 '빛의 축제'입니다. 온 집안과 거리를 밝은 불빛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을 치르는 거지요. 타밀(Tamil) 달력의 첫째 달에 해당하는 10월 혹은 11월 중에 대규모 신년 축제를 즐기게 됩니다. 겨울의 파종기를 맞이하는 제사이기도 하고, 상인들에게는 신년의 제사이기도 하지요. 동이 트기 전 당일 새벽에 일어나 정갈하게 목욕재계를 한 뒤에, 문에 걸어둔 램프에 불을 켜고 향을 피우면서 기도를 한다고 합니다. 

디파발리에 얽힌 전설이 있습니다. 대지의 여신의 아들 디카라는 원래 자연을 다스리는 신이었는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다 자만에 빠져 악의 화신인 어둠의 신이 됩니다. 디카라의 폭적에 시달린 사람들은 최고의 신인 크리쉬나(Krishna) 신에게 호소를 했고, 이를 지켜보던 크리쉬나 신은 빛으로 어둠의 신 악마 디카라를 죽이게 되지요. 그러자 디카라의 어머니인 대지의 여신이 자신의 아들에게 축복을 내려달라고 간곡히 청하자 크리쉬나 신은 디카라를 빛과 평화의 신인 '니카라'로 회생시켰답니다. 바로 선이 악을 이긴 날, 빛의 신인 니카라가 탄생한 이 날을 기념하여 생긴 것이 디파발리라고 하네요.  

디파발리가 시작되면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컬러풀한 전통의상과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을 한 뒤 거리로 나와 축제를 만끽합니다. 힌두사원에서는 실제 돈을 주고 산 가짜 종이 돈을 태우면서 한 해의 복을 기원하고 그릇을 깨며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고 합니다. 여인들은 방문하는 이들을 환영하기 위해 미리 랑골리(Rangoli)를 그려놓는데, 여러가지 색깔로 물들인 쌀가루로 대문이나 집안에 그린 그림을 뜻한다고 합니다. 



11월 : 하리 라야 아이딜피트리

Hari Raya @ The City 2009 by williamchoUish, makcik belakang tu pun nk jugak by Farid Iqbal

이번에는 이름 부터 조금 어려운 축제네요. 힌두교, 불교, 원주민들의 추수 감사제에 이어 이번엔 말레이시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슬람의 최대 명절을 소개합니다. 바로 '하리 라야 아이딜피트리'인데요. 이 축제는 하리 라야 뿌아사(Hari Raya Puasa)라고 불리며 말레이시아에서 독립기념일만큼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는 명절이자 축제입니다. 말레이시아의 주류 민족이라 할 수 있는 말레이인들이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하리 라야 아이딜피트리는 이슬람법에 따라 무슬림(Muslim)달력으로 9번째 달에 해당하는 라마단(Ramadan)동안 한 달 동안 금식에 들어갑니다. 모든 무슬림들은 일출에서 일몰까지 음료를 포함한 모든 음식을 금하게 되지요. 이렇게 1개월간 금식을 하는 라마단(Ramadan)이 끝나는 날이자 이슬람 달력의 10번째 달인 샤왈(Syawal)의 첫째 날이 바로 '하리 라야 아이딜피트리' 입니다. 축제의 분위기는 라마단의 20일째 되는 날부터 조성이 되고요. 하리라야가 시작될 무렵에는 말레이시아의 밤은 대낮처럼 환해진다고 합니다. 무슬림들은 하리라야 일주일 전부터 천사들이 인간 세상에 온다고 믿기 때문에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집 안 팎을 등불로 밝힌다고 하네요.

이슬람의 선도인은 하리 라야 때 아침 기도에 참여한 교인들과 함께 고인들의 무덤을 방문합니다. 집집마다 대대적으로 청소를 하고, 특별하게 단장을 한 후 새 옷을 입는다는 군요. 아참, 원래 무슬림들은 기도를 하기 위해 모스크에 가지만, 1년에 2번 여성들도 모스크에 직접 가서 기도를 할 수 있는데 바로 이 하리 라야 푸아사(Puasa)와 하지(Haji_성지순례가 끝나고 이어지는 축제) 때문 가능하다고 하는 군요. 


★ 포스팅에 사용된 글은 말레이시아 관광청 웹사이트 등에서 인용하여 편집하였습니다.

★ 포스팅에 사용된 사진의 출처는 flicker 입니다. 저작권 지침을 준수하며 본 포스팅에 인용하였습니다.

★ [말레이시아 즐기기] 세 번째 이야기는 '허니문 인기여행지 말레이시아'를 주제로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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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eart-factory.tistory.com BlogIcon 버라이어T한 김군 2012/08/30 10:16

    저두 말레이시아 다녀왔었는데~ 아~ 그때생각이 나네요^^

    • Favicon of http://hwanyou.net BlogIcon 환유 2012/08/31 09:54

      저는 아직 말레이시아에 가보질 않아서 잘 몰랐는데..
      포스팅 하다보니까 정말 다양한 축제들이 있더라고요.
      1월쯤에 가면 타이푸삼과 중국설날 축제도 그렇고...
      시간만 잘 맞으면 축제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2. Favicon of http://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2/08/31 12:07

    오랜만이네요,... 말레이시아는 싱가폴가면서 들려봤었답니다. 이렇게 볼게 많은데 그때는 메인 여행이 아니라서...

  3. 2012/08/31 23:11

    비밀댓글입니다

  4. Favicon of http://nnkent11.tistory.com BlogIcon NNK의 성공 2012/09/01 12:01

    외국의 축제들을 즐기는것도
    참 매력적인 경험인것 같아요~ ㅎㅎ

  5. Favicon of http://underclub.tistory.com BlogIcon 티몰스 2012/09/02 09:31

    어쩜 이렇게 완벽할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를 하시는지..ㅋㅋㅋ
    많이 배웁니다. 배우께요!ㅋㅋㅋ

환유씨에게만 보여주시려면 체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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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한 지 몇 장 넘기지 않아서 나는 하하하, 호탕하게 웃어버렸다. 꾸준하게 책을 읽는다고 생각했지만, 스스로 돌아보면 여전히 편합한 장르 취사 독서를 하고 있는 나에게 저자는 말 그대로 'wanna be 독서가" 였다.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고, 왜 이제서야 알았나 아쉽기도 하고. 그런 감정들이 어우러져 나온 웃음이었다.


블로그에 꾸준하게 리뷰를 올리는 나를 보고 가끔 주변 사람들이 귀찮게 '그런 걸' 왜 하느냐고 종종 묻는다. '제가 좋아서 하는 거지요' 라는 대답이 돌아갈 뿐이다. '책은 읽어서 어디에 써먹나요?' 라는 질문에서 느껴지는, 상대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귀찮게 왜 리뷰를 쓰나요?' 라는 질문에 이르러서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결코 그 정도가 약해지는 건 아닌 듯 하다. 물론 나도 리뷰를 쓰지 않고 넘어갈 때가 있기는 하다. 책을 읽고 나서 글로 옮길 타이밍을 놓쳤다던가, 글로 남기는 것 조차 시시껄렁하게 느껴진다거나 하는 등등의 경우다. 그럴 때를 제외하곤 그래도 짧든, 길든 남겨놓으려고 한다. 책에 따라선 내용 위주일 때도 있고, 감상 위주일 때도 있고. 이도 저도 아니다 싶으면 밑줄 그은 문장들 뿐일 때도 있고.

고심하면서 적어 내려간 글은 제목을 입력하면 수두룩하게 검색되는 리뷰들 속에 하나로 읽혀지게 될 운명으로 전락해 버릴 때가 종종 있다. 오픈 된 공간에 글을 쓰다 보니 당연한 결과다. 신간 도서의 경우엔 부지런히 글을 써서 올려도 결국엔 한참 뒤쪽으로 밀려나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누구에게 보여지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리뷰를 하려고 보면 사실 이 블로깅도 못할 짓이 되어버린다. 검색 한 번이면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정보만으로도 책에 대한 파악이 가능한데, 내 공간에 시간과 노력을 굳이 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책 판매를 신경 써야 하는 마케터가 아닌 이상 말이다. 생각 끝에 그래서 요즘은 '제가 좋아서 하는 거지요' 라는 대답 뒤에 이렇게 덧붙인다. '저를 위해서 이기도 하구요'



'책을 읽고 나서 리뷰를 하지 않으면 그 책은 안 읽은 겁니까?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없는 겁니까?' 라든지 '다시 그 책 내용을 정리하고 그에 대한 감상을 기록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인 것이 진정 맞습니까?' 라는 질문이 되돌아 오려나. 전자의 경우라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대답이다. 충분히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였다면 굳이 이런 귀찮은 작업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니. 사실은 이런 수준을 꿈꾸고 있기는 하다. 후자의 경우라면, 사실 '그렇다'는 대답이다. 괜한 허세도 아니고 틀린 말도 아니다. 

포스팅을 한 번 할 때마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을 모니터 속 빈 공간에서 머문다. 나를 위해서이자, 동시에 검색을 통해서 내 페이지에 접속한 사람들이 책에 대해서 알게 되고, 또 내 감상을 함께 나누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음을 바라는 마음이니 그러기 위해선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선택을 하는 것도 고심하게 되는 것이다. 내용을 '복기'하는 과정 중에, 문장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어떤 느낌에 다다르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내용 전개에 급급해서 페이지를 얼른 넘겨야 했던 조급함이 사라지니 놓치고 넘어갔던 것들이 보이지 않는 그물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어느 때는 한 문장이, 어느 때는 한 단락이, 어느 때는 한 페이지가 그러곤 한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내용을 복기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는 '리뷰'라는 행위가 쉽게 간과할 것이 못 되는 까닭이 된다.

그렇게 리뷰를 쓰는 시간이 곧 나 스스로에게 기쁨을 주는 시간이며 내가 기쁨을 느끼는 시간이다. 나는 책에 몰두하게 되고, 문장에 몰두하게 된다. 매일매일의 무료하고 시큰둥하며 피로한 시간에 삶이 저당잡히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에게 몰두하며 즐길 수 있는 시간. 그런 시간을 삶의 한 귀퉁이에 마련해 놓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나 블로그는 그 시간들을 보여주는 흔적이기도 하고. 



앞서 이야기 했지만 이 책의 저자 정혜윤 씨는 실로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고 있었다. 정혜윤 씨의 책을 처음 읽어본 나는, 일찍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는 그녀의 이전 에세이들도 다 훑어보고 싶어졌다. 정혜윤씨는 여러 강연을 통해 '책 읽기'와 관련해서 여러 질문을 받았단다. 이 책은 그녀가 받았던 책읽기에 관한중요한 질문들과 질문들이 궁극적으로 다다르는 하나의 비밀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이야기 한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요? 책이 쓸모가 있나요? 책의 진짜 쓸모는 뭐죠? 읽은 책을 오래 기억하는 법이 있나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여덟 개로 정리된 질문 목록을 읽고 있자니, 강단에 서있는 그녀에게 명쾌한 대답을 기다리며 이런 질문들을 던졌을 사람들의 모습이 상상된다.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이니 어쩌면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모두가 수긍할 만한 대답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렇다' 혹은 '아니다' 식의 답변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어떤 명쾌한 '지침'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그녀가 내놓은 답변들이 다소 '뜬구름' 잡는 듯 하게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 정답의 제시가 아니라 자신만의 정답을 향해 논리적으로 이끌어가는 사고의 제시였으니 말이다. 그녀가 그동안 읽었던 수많은 책들의 내용과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었다. 그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아직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책을 들여다 보고 싶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은 필독도서니까 꼭 읽으세요, 의 강요가 아니라 그 책으로 손을 뻗게 만드는 묘한 이끌림 같은 게 있었달까. 

책장을 덮으면서 나는 내가 같은 질문을 누군가로부터 받았을 때, 나는 어떻게 대답을 할 수 있을지, 내 대답에 대한 근거를 세울 수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나의 '지속 가능한 책 읽기'를 위한 목표가 생긴 셈이다. 나는 이 책을 집어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애초부터 정답일랑 있을 수가 없는 여덟 가지 질문들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의 대답을 정리할 수 있게 되는 능력이 곧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들여다 보는 과정 중에 나온다는 것을 유념하면서, 자신만의 답변을 세워보기로 결심하게 되는 경험 말이다. 아마도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런 걸 원한 건 아니었을까. 

책 읽는 능력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쩌면 어휘력이나 독해력을 염두에 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책 읽기에 필요한 것은 뛰어난 지능이 아닙니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책에 대한 관심과 책을 받아들이는 태도뿐입니다._56p.


책을 읽는 능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데 꼭 필요한 능력들이 있긴 합니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 자신을 채웠던 반복과 습관의 타율성을 비우고 새로운 리듬과 질서를 받아들이는 능력 같은 겁니다. 독해력이 있어야 한 해에 1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들을 하곤 하는데 저는 그 생각에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많은 책을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은 책을 몇 번 되풀이해서 보거나 곱씹어 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일정 정도 규칙적으로 책 읽는 시간을 갖는 것이 몇 권을 읽느냐보다 더 중요합니다. 진정한 독해력이란 문자를 정확히 읽어 내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읽건 거기에서 삶을 바라보는 능력입니다._57~58p.


책은 우리에게 대놓고 무엇을 가르쳐 주는 것도, 위로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책은 자꾸 자신을 만나게 합니다. 돌아보게 합니다. 이 돌아봄의 의미는 큽니다. 우린 어떤 일을 완성하기도 전에 그 결과부터 그려 보곤 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순간에 우린 인생을 하나의 도구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로 돌아봄이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인간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돌아봄을 통해서 우리의 현재는 책 속의 새 챕터가 됩니다. 우리는 그 새로운 챕터에서 뭔가 새로 시작할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_100~101p.


우리는 꼭 문학 평론가나 학자가 되려고 읽고 쓰는 것이 아닙니다. 사는 데 도움을 받고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서 읽고 쓰는 겁니다. 서평은 아마추어의 예술입니다. 서평은 자기 생각을 써보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혼란스러워 보여도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으면 됩니다. 서평은 자기 자신입니다. 나의 서평이 누군가의 맘과 통한다면 너무나 좋습니다. 나와 그 누군가는 친구가 된 셈이니까요._1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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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jongamk.tistory.com BlogIcon 핑구야 날자 2012/08/31 12:08

    책을 읽기는 하는데 한달에 1권정도,, 분발해야 겠네요

    • Favicon of http://hwanyou.net BlogIcon 환유 2012/08/31 14:37

      저도 요즘은 꾸준하게 한 달에 몇 권이상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꾸준하게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러다보면 진짜 지속가능한 독서가 될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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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유씨가 오랜만에 '공손체'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영화와 책 리뷰 중심으로 포스팅을 하던 것과는 다르게 공손하게(?) 포스팅을 하는 게 낯설기까지 합니다. 말레이시아 관광청과 위드블로그가 함께 진행하는 캠페인에 환유씨도 리뷰어로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5주 동안에 걸쳐 매주 한 개씩 말레이시아 여행을 주제로 하는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사실 저는 말레이시아에 가본 적이 없는 지라 직접 가보지도 않은 곳을 소개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이 되기도 했습니다.


제주도 자전거 여행에 관한 포스팅을 했던 것처럼 직접 경험한 후에 노하우를 정리해서 포스팅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제공된 정보나 그 외에 웹 서핑을 통해서 찾아낸 정보만을 가지고 포스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족한 점도 분명 보일 듯 합니다. 보통 저는 여행을 떠날 때, 간단한 정보만을 가지고 훌쩍 떠나는 스타일이었는데요. 요즘은 출발 전에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해 놓은 알짜배기 여행 팁들을 검색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서두에 말했다 시피 이 포스팅은 저와 저처럼 아직 말레이시아를 여행해보지 않은 분들에게 앞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준비해서 정리하는 여행계획서 쯤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말레이시아에 대해 잠깐 소개를 할 필요가 있겠네요.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60% 이상이 살고 있다는 말레이 반도(Peninsula Malaysia)와 보르네오 섬 북부인 동 말레이시아(East Malaysia)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면적은 우리나라의 3.3배 정도 된다는데 그 국토의 4분의 3이 밀림과 습지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고요. 알려져 있다 시피 열대 지역이라 연중 고온 다습한 편이라네요. (하. 덥고 습하기 까지. ㅠㅠ) 


말레이시아는 예전부터 동, 서양의 무역상인들과 여행자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소가 되어 왔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가 지금처럼 다민족 국가로 형성하게 된 배경이 되겠지요. 14세기 무렵 아랍 상인들에 의해 전해진 이슬람교는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종교가 되었고요. 5,6세기를 통해 유입된 불교를 믿는 인구가 주를 이루는 중국계 사람들과 힌두교를 믿는 인도계 사람들이 각각의 지역사회를 형성하면서 조화롭게 공존을 도모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독특한 전통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는 원주민인 오랑 아슬리(Orang Asli)도 부족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하고요.  


지도 출처 http://myhoponhopoff.com/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주제들로 포스팅 하면서 이야기하는 걸로 정리하고요. 이번 포스팅은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하면 떠오르는 곳들에 대해서 소개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쿠알라 룸푸르는 대도시이지만 실질적으로 관광객들이 움직이는 동선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합니다. 길이 복잡하고 교통체증이 심해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어려운데다 버스 노선 안내도 잘 되어 있지 않아 초행인 관광객들은 이용에 불편할 수도 있다네요. 대신 주요 지역을 모노레일LRT가 연결하고 있고, 택시 기본요금이 저렴한 편이기에 웬만한 곳은 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다고 하네요. 쿠알라 룸푸르 혼-옵 혼-오프 시티투어 버스도 있다고 하니 이 버스도 괜찮겠군요. 


★ Hop-On Hop-Off city tour bus 홈페이지 http://myhoponhopoff.com/ 



저는 말레이시아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사진 속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였습니다. 영화의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했던 곳이어서 일까요. 말레이시아의 상징처럼 생각되는 건물입니다.

밤이 되면 특수 스테인리스 외벽이 조명을 받아 만들어내는 절경 때문에 이 곳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요. 정유회사 페트로나스 사의 사옥이라고 알려져 있죠. 88층, 452미터 높이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빌딩이고요. 한 쪽은 일본에서, 한 쪽은 한국에서 완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일본의 하자마 건설과 한국의 삼성 엔지니어링에서 경쟁하듯 쌓아올린 것으로 유명하죠. 두 건물을 연결하는 스카이 브리지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끝내준다는데 이걸 아직 못 봤군요. 이 곳으로 올라가는 티켓을 사는 게 아주 치열하다더군요. 



쿠알라 룸푸르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함께 항상 눈에 들어오는 타워가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 바로 KL 타워입니다. 남산의 N서울타워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KL 타워는 421미터 높이로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타워라고 하네요. 

쿠알라룸푸르의 무슬림들이 라마단이 끝나고 나서 열리는 축제, 하리라야 기간에 달을 보기 위해 가는 가장 유명한 장소이면서 이 곳이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여기에서 매년 계단 오르기 대회, 일명 'KL 타워톤'이 열리기 때문이라는데요. 1998년 시작되서 다음 해에 국제적인 대회로 변신했다고요. 세계 타워톤 대회 중 우수한 대회로 꼽힐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걸어오르기도 만만치 않은 높이인데 여길 꼭대기 까지 마라톤 하듯이 뛰어올라가는 사람들은 어휴. 무려 계단이 2,058개. 내려올 때 쯤이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도전 정신이 샘솟는 분들은 하늘로 달려올라가 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Basic Package 티켓을 구매하면 전망대 입장과 동물원, 조랑말타기, F1체험 셋 중의 하나를 택할 수 있다고 하고요. 세 가지 체험을 모두 해보고 싶다면 All Pack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네요. 조금 더 비싸기는 하지만 전망대 입장과 세 가지 체험 모두를 가이드와 함께 할 수 있는 Guide Tour 티켓도 있다고 하고요. 한국말 세팅이 가능한 무선 수신기의 안내를 받으며 전망대를 돌아볼 수 있다는데 KL 타워는 야간에 가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야경 때문이겠죠?



영국 식민지 시대인 1897년에 건축된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은 40m 높이의 시계탑과 햇볕을 받으면 우아하게 빛나는 구리로 만든 돔이 특징이라는데 역시 야경이 훨씬 멋지다네요. 이 빌딩 앞에는 메르데카 광장이 있다고 하고요. 1957년 8월 31일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이 선포된 곳으로, '메르데카'는 말레이어로 '독립'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말레이시아 독립의 상징인 곳이니 나라의 주요 기념 행사가 자주 열린다고 하지요. 


  

도시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말레이시아 국왕이 살고 있는 왕궁 이스타나 네가라가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왕은 여타 국가의 왕과는 조금 다른 시스템으로 '교체'됩니다. 각 주마다 주의 왕인 '술탄'이 있고, 이들이 5년 마다 한번씩 돌아가면서 국왕이 된다고 해요. 그렇게 교체된 국왕이 머무는 곳이 바로 이스타 네가라 입니다.

국가적인 행사나 기념일에 경축 장소로 사용되는 곳인데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고 하지만 매일 왕궁 경호원의 교대식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궁궐에서 볼 수 있는 수문장 교대식 같은 거겠죠? 사진처럼 말을 탄 근위병은 관광객들의 기념촬영 타깃이 되고요.



말레이시아 이슬람의 상징적인 건물인 국립 모스크는 독특하면서도 뛰어난 건축양식을 가지고 있다는데요. 우산을 여러 번 접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푸른색 지붕은 멀리서도 눈에 확 띈다고 하죠. 말레이시아의 13개 주와 이슬람의 다섯 선지자를 상징하는 독특한 양식의 별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죠. 이슬람교의 안식일인 금요일 오후에는 일제히 기도하러 가는 이슬람 교인들의 무리가 장관을 이룬다고 해요.

일반 관광객은 계단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양발도 벗고요!) 무료로 제공하는 방문객용 보라색 가운을 걸친 후에 들어가 볼 수 있다고 하니 입장시에는 정해진 복장 규정을 따르는 것이 좋겠죠. 아참, 여자는 히잡도. ㅠㅠ. 사진으로 봐도 원형 기도실의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더군요. 더워도 갖춰입고 들어갔다 와보렵니다.

 입장료 : 무료
 관광객 관람 시간 : 매일 09:00~12:30 / 14:00~15:30 / 17:00~18:30
 홈페이지 : http://www.masjidnegara.gov.my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말라카 해협의 항구 포트 딕슨입니다. 포투갈이 점령했을 당시에 지어진 항구라라고 알려져 있죠. 수면이 잔잔하고 큰 파도가 없어서 카누,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등의 해양 스포츠가 활발하게 행해진다고 합니다. 근처에는 여러 리조트들도 많이 있어서 한적하게 휴식을 취하기에는 좋다네요. 에메랄드빛 투명 바다가 반기는 곳은 아니지만, 도심에서 가까워 인기가 많은데다가 시간을 잘 맞춰가면 석양도 끝내준다 하고요. 



웅장한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동굴! 바로 바투 동굴입니다. 인도를 제외한 최대 규모의 힌두교 성지로알려져 있죠. 이곳은 매년 1~2월에 열리는 타이푸삼(Thaipusam)이라는 힌두교 축제 기간 동안에 수많은 힌두교 신자들과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사원 입구에는 황금빛의 무르간 신 동상이 있어 눈에 확 띄는군요. 과거/현재/미래를 의미하는 세 개의 길로 나누어져 있는 272개의 계단을 오르면 동굴 입구에 이르는데요. 이 272개의 계단은 사람이 태어나서 행할 수 잇는 272가지 죄악을 고해하며 걷는다는 힌두교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계단의 높이와 경사가 높은 편이라고 하니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요. 관광객들의 가방을 노리는 야생 원숭이들이 많다니 소지품에 주의해야 겠고요.  

 입장료 : 무료
 관광객 관람 시간 : 매일 06:00~21:00


★ 포스팅에 사용된 사진의 출처는 말레이시아 관광청말레이시아 관광청 본사 웹사이트에서 인용하여 환유씨가 편집하였습니다.

★ [말레이시아 즐기기] 두 번째 이야기는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페스티벌' 입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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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산 기개세. 항우의 삶을 조명하다.

올해 1월에 한 편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삼국지, 수호지와 더불어 중국 3대 역사소설로 꼽히는 초한지를 스크린으로 옮긴 동명의 영화 <초한지>다. 영화를 볼 때만 해도 사실 유방과 항우의 대결 정도만 알고 <초한지>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던지라 대략적인 시대적 배경과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어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나름 재미가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왠걸. 책을 보고 있자니 그때 그 영화 속 장면들이 하나 둘씩 생각나기 시작했다. '아, 그 때 그 사건들의 배경에는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하는 배경지식을 이해하고 영화를 봤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 것이다. 무슨 책을 읽었느냐고? 그 영화 속 주인공, 초패왕 항우에 관한 책 <항우강의>다. 


중국 통사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초패왕 항우를 두고 '자고 이래 첫 번째 인물'로 평가했다. 어째서 '자고 이래 첫 번째 인물'이 당대의 숙적, 대결에서 승리를 쟁취한 유방이 아니라 항우일까. 역사가 기록하고 있는 그에 대한 사실은 전국시대 말기, 세상이 어지러웠을 시절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 제패를 눈 앞에 두었던 '역발산 기개세'의 영웅이라는 것이다.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뒤덮을 만하다는 역발산 기개세의 '초패왕'. 그러나 그는 유방과의 4년 간에 걸친 초한전쟁 끝에 패하고 서른 한 살의 나이에 '사면초가'라는 말을 남기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런 항우의 삶은 '크게 흥했다'와 '크게 몰락했다'라는 완전히 상반되는 말로 묘사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왕리췬 교수는 비운의 주인공 '항우'를 중심에 놓고 그의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한다. 여러 실패 요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한 그룹의 통치자 혹은 한 나라의 지도자가 성공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도량과 덕치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함이 목적이다.



용맹함과 강인함을 갖추었던 초패왕 항우는 왜 자결로 생을 마감했을까?

몇 년도에 어떤 일이 일어났고, 이 때의 특징은 무엇이며, 등등의 '암기식'으로 역사를 공부하던 때와 다르게 마치 정말 강의를 듣는 것 처럼 쓰여진 책을 읽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어내려갔다. 서두에서 밝혔다 시피, 영화 <초한지>의 장면들을 떠올리는 것으로도 당시 상황을 그리는데 충분한 도움이 되기도 했다. '홍문연'만 두고 봐도 유방이 아닌 항우의 입장에서 보고 있자니 이 아둔한 항우의 행동이 안타까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안타깝다, 라고 느껴진 부분은 역시 항우의 패인들과 연결이 된다. 유방에 비해 용맹하고 강인하였으나 결정적인 순간 수를 제대로 읽지 못한 정치적 유치함과 무지함, 유방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십만 대군을 이끌었으면서도 군사를 수동적으로 썼던 군사전략의 부재도 있었다. 앞서 두 줄로 정리한 패인이 정치적, 군사적 이유였다면 다른 하나는 항우의 성격적 요인으로 인한 패인이다. 능력을 과신한 채 남의 말을 듣지 않았던 항우의 지나친 자존감은 실찰(사람을 잘못 판단함), 실인(사람을 잃음), 실태(성질을 참지 못함), 실신(남을 믿지 못함)등의 뼈아픈 실수들을 초래한 결과가 되었다. 군사적 천재였던 한신은 항우 밑에서 충성을 다했지만, 부하의 건의를 묵살하고 자신을 맹신하던 항우가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자 숙적 유방에게 가버렸다. 늘 인재가 구름같이 몰려들었던 유방의 진영과 달리 항우의 진영에는 단 한사람, 범증만이 있었지만 끝내는 그 범증마저 항우의 곁을 떠났다. 무슨 일이든지 모두 자신이 알아서 했던 항우에게 모사는 필요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또한 항우에 대한 기록 중 가장 많은 단어는 '노했다'와 '대노했다'라는 것이 보여주듯, 너무도 자존심이 강했던 항우는 그 자존심이 상처받으면 크게 대노했다. 남을 믿지 못한다는 '실신' 또한 마찬가지다. 항우를 표현하는 단어 중 '의기신참'이라는 표현은 의심이 많고 참언에게 잘 속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가장 낮은 수준의 계책에도 참언을 쉽게 믿고 속아넘어간 항우의 우둔함을 빗댄 말이기도 하다.


저자는 기록을 통해 항우를 분석하면서 정치적, 군사적, 성격적 요인에서 패인을 살펴보고 나서 꽤 많은 부분의 할애하여 에필로그를 담았다. 항우의 실패 원인은 이 세가지 요인말고도 훨씬 복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일한 모사였던 범증은 일을 그르친 것이 잘한 것보다 많다는 혹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항우를 보좌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용저, 무섭, 괴통, 주은이라는 인물들 처럼 항우의 실패에 영향을 미쳤던 인물들 만큼이나 중요한 요인들도 있었다. 팽성전투에서 승리를 눈 앞에 두고 교만해진 유방이 항우에게 박살나 탈출하는 과정에서 포위된 유방을 구해준 건 갑자기 불어닥친 모래 폭풍이었다. '묘하게도' 우연히 적절한 때에 불어준 모래 폭풍으로 유방은 간신히 살아 남은 후에도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그를 놓아준 정공에게서 살아 나올 수 있었단다. 


저자는 항우의 삶을 재조명하는 과정에서 그의 패인을 분석하여 현대인들이 갖추어야 할 승자의 조건이란 어떤 것인지를 역설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우가 무조건적으로 비판받는 존재는 아니라는 점 역시 주목한다. 저자는 "만약 유방을 시대가 만든 영웅이라고 한다면, 항우는 원래부터 타고난 영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걸의 기운이 충만한 영웅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겉과 속이 일치하는 진정한 영웅이겠죠.(339p)" 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중국 역사 속에서도 '항우'는 패자임에도 불구하고 '영웅'이라고 평가되는 이유가 재미있다. 혼자 살아남는 것이 치욕스럽다고 생각한 그의 신념이나, 오강에서도 끝까지 자신을 챙기려 했던 정장에게 애마를 선물로 주었다는 것 등을 통해 항우는 질풍노도의 영웅이었지만, 다정다감했고 정과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평가받는다. 초패왕 항우와 우미인 우희의 세기의 러브스토리를 이야기한 '패왕별희', 호걸의 풍모, 천하를 뒤덮은 무공, 크게 흥했다 몰락한 비운의 인생 등은 사람들에게 경배와 애석함, 동정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감정을 승화시켜 써내려간 시들에 대한 해석이 뒷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항우에게 빠져 들었다. 고전을 통해 배우는 자기계발서로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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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topsy.tistory.com BlogIcon 즈라더 2012/08/25 08:00

    재능이 너무 뛰어난 것도 문제랄까....
    군사 지휘에서 정치까지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게 문제였죠.
    자기가 너무 잘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간책이 귀에 들어올 리가..-ㅁ-

    비슷한 예로 삼국지의 원소가 있겠네요.


    책 한 번 보고 싶네요. 제가 모르던 사실도 있을 것인지..

    • Favicon of http://hwanyou.net BlogIcon 환유 2012/08/27 12:41

      맞아요. 너무 뛰어나서 자신의 재능만 믿고 독불장군처럼 굴었던 것도 있지요. 항우 곁에 유일하게 있던 범증마저 떠났을 때 항우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그렇다고 범증이 절대 무결하게 완벽한 모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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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으로 먼저 받아보았던 책이 곧 정식 출간을 앞두고 있단다. 김난도 교수의 신작 에세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이야기다. 여전히 베스트셀러로 꼽히고 있는 작가의 전작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이어 힐링이 필요한 독자들의 구미를 마구 당기는 다소 유혹적인 제목이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제목이 너무 시적이라 부담스럽다는 피드백을 보냈지만, 처음 제목을 달고 나온 걸로 보아 모니터링을 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제목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게다가 옆에는 부제도 붙었다.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란다. 

어른아이.

조용히 곱씹어 보게 되는 단어 '어른아이'에 한참 생각이 머문다. 학생으로 보호받는 시기는 끝나버렸지만, 그렇다고 어른으로 대접받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어른아이'라고 부르겠단다. 아직 어른 세상의 주변을 머뭇머뭇 서성이는 이들. 더 많은 시행착오와 더 많은 좌절과 더 많은 깨우침이 필요한 시기. 그렇게 더 많은 흔들림을 겪고 나면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되는 길이라고 말한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물었다. 당신은 어른입니까?


그렇다면 이제 내가 대답해야 할 차례다. 답을 내놓기에 앞서 생각한다. 나는 어른인가. 인간 발달의 어느 '시점' 말고, 의지대로 소신을 가지고 흔들림을 바로잡아 가는 어떤 '과정'을 무난하게 잘 겪어내었는가, 혹은 잘 겪어내고 있는가.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닌 경계에서 헤매고 있다고 해야 맞겠다.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어른 세상의 주변을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아 괜시리 화끈거린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살았구나. 진짜 꿈은 따로 있는데, 세상의 눈에 적당히 나를 끼워맞추려 했구나. 뭐 그런 것들이 생각나서. 물론 이런 고민들은 한동안 계속 나를 '흔들고' 있던 것들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가 아니라는 점은 밝히는 것이 맞겠다.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이 세상에 가득해서 그것들을 전부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엔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 쓸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다. 그것이 맞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뭔가 크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나서야 치열했다고 믿었던 시간들 속에 정작 내가 없음을 알았다. 내 몸이 어떤지, 내 마음이 어떤지 제대로 알고 보듬어 줄 여유 조차 없었음을. 버틸 힘을 채 내기도 전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던 것도 경험했다. 아찔했다.


그 무너짐들 속에서 다시 일어나려 무릎을 털 수 있었던 건, '위로' 였다. 힘들었구나, 아팠구나, 잘 버텼구나. 짧은 위로. 그 짧은 말들에 얼어붙어 꽁꽁 닫혔던 마음이 녹았다. 신기하게도. 사는 게 바쁘고, 이뤄내야 할 것이 많은 요즘에 우리, 참 칭찬에, 위로에 인색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은 자꾸 누군가를 통해 '위로' 받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나의 생활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받아야 할 위로를 그 밖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좀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이제 갓 '청춘'이 되는 이들에게 건넸던 위로가 <아프니까 청춘이다> 였다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나와 같은 20대 후반, 30대 어른아이들을 위한 위로다. 직장생활, 사회생활, 연애, 결혼.. 수많은 어른아이들이 고민하는 삶의 화두들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실린 김난도 식의 '위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면서도 가끔은 상투적인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현재'가 그에게는 '과거'이기에, '살아보니 그렇더라' 식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고마운 건 그리고 살짝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내가 겪고 있는 이 모든 '흔들림'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구나 싶은 안도감이랄까. 



나는 요즘 스스로에게 꾸준히 질문을 던지고 있는 중이다.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그 일련의 시간들을 통해 올곧게 위로 뻗는 것만이 반드시 옳은 방법은 아니구나, 가끔은 모죽처럼 때를 기다리며 시간을 견디는 것도 필요하고, 가끔은 정신없이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잡는 방법을 스스로 찾는 것도 필요하구나 하는 것들을 배운다. 중요한 건 그거다. 스스로 터득해 가는 일.(물론. 쉽지않아. 내가 그러니까.) 필요하다면 그 과정에서 이 책이 적절한 조언자, 상담자 역할을 대신 해 줄 수 있을 듯 하다. 


헤르만 헤세가 그랬던가.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고. 헤르만 헤세가 그렇게 간단하게 써버린 한 문장에 이토록 많은 고통과 시련과 좌절이 있는 것이었는지 이제야 제대로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아. 난 언제쯤 진짜 어른이 될까. 한 만 번쯤 흔들려야 비로소 어른이 되려나.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 간만에 붓펜으로 쓰니 글씨가 영 제멋대로구나.


삶의 갖가지 고민들은 여전히 해결된 것이 없는데, 어른이 되었다는 이유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가슴속에서 삭여야만 합니다. 아픔 중에 가장 큰 아픔은, 아픈데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회생활의 타성에 젖어 분주하게 살다보면 그 아픔을 당연시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좌절의 상처에 시간의 딱지가 내려앉으면서 이제는 그것이 아픔이라고 느끼지도 못합니다. 아프다고 말하는 순간 어리광이 될까봐 입을 꾹 다문채 홀로 병들어가고 있습니다_12p.(가제본이라 쪽수는 달라질 수 있음)


청춘의 아픔이 불안함에서 온다면, 어른의 아픔은 흔들림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_13p.


내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그 "어릴 적부터 품어온 꿈"이 왜 갑자기 지금 이 시점에서 자네 마음속에 자리를 넓혔느냐, 하는 점이야. 첫 직장에서 한참 적응해야 할 시기에 말이지. 그래서 꿈을 말하기 전에 일단 스스로를 돌아보았으면 좋겠어. 그 꿈이라는 놈이 실은 치열한 생활을 방해하는 훼방꾼은 아닌지, 고단한 자네의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핑계는 아닌지._21~22p.


진실로 자네를 행복하게 해주고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돈이나 승진, 인정이 아니라 자네의 성장이란 말이야. 성장은 중요한 단어야, 존재와 동의어일 만큼._25p.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존귀함에 대해서 인정할 수 있어야 자신을 존중할 수 있고, 그래야만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다. 어른의 성찰이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는 일이다._76p.


어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아버지, 어머니를 향한 그 모순된 애증의 감정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느끼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천천히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_1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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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rapper1229.tistory.com BlogIcon tasha♡ 2012/08/27 10:56

    흠.....
    어른이 꼭 되어야 하는 걸까요?
    저는 평생 어른은 아닐 것 같고. 그냥 '나'로 살다가 갈 것 같아요.
    어른이 뭔지 모르겠어요.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네요.

    • Favicon of http://hwanyou.net BlogIcon 환유 2012/08/27 12:39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고민들, 꿈들. 그런 것들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해 볼 여유도 없이 떠밀리듯 어른이 된 것 같을 때가 종종 있어요. 이 책이 명확한 답을 주진 못하겠지만, 같이 생각해 볼 좋은 기회는 될 거라고 생각해요.

  2. Favicon of http://lalawin.com BlogIcon 라라윈 2012/09/03 08:04

    어른일까... 라는 질문에서부터 머뭇거리게 되네요....
    단순히 나이만 먹는다고, 어떤 사회적인 기준들에 하나씩 체크 표시를 한다고 어른은 분명 아닌데...
    내려놓고 강박에서 벗어나야 되는데..
    어릴적 생각했던 어른의 모습에서 조금 비껴나 있는 제 모습을 보면 또 초초해지고...
    그렇네요...
    이 책도 전작 못지않은 울림이 있을 것 같아, 읽어보고 싶어지는데요.... ^^

    • Favicon of http://hwanyou.net BlogIcon 환유 2012/09/03 11:46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들다보니
      라라윈님 말씀처럼 서른 쯤에는 모두 철학자가 되는 거 같기도 해요.
      저의 경우엔 전작보다 이번 신간이 더 와닿더라구요.
      전작은 이제 막 사회초년생한테 건네는 위로였다면,
      이번 작품은 어느 정도 사회 물도 좀 맛본 청춘들에게 건네는 위로 같아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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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건 번거롭지만,
내가 있는 곳을, 내가 있는 시간을,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을 기록하고 싶은
그 마음은 언제나 같습니다. 그래서 일상의 기록을 조금씩 남겨놓았습니다.
6월의 이야기에 이어 환유씨의 2012년 7월 이야기도 공개합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공개되었던 사진들입니다)

당신의 7월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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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lovepda.com BlogIcon durm 2012/08/24 15:23

    이야 이거 굉장히 멋스러운데요~
    지난 캘린더라니
    저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ㅎㅎ

    • Favicon of http://hwanyou.net BlogIcon 환유 2012/08/27 12:42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쉽게 찍어 남기게 되니 이렇게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정리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번거롭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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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어느 것도 손에 잡히지 않던 지난 주말, 책장에 꽂혀있는 책에 눈길이 머물렀다. 아,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 도서가 있었지. 두 권 중 하나는 도착한 즉시 읽어버렸던 <N을 위하여>라는 책이었고, 또 하나는 이정명 작가의 신간 <별을 스치는 바람>이었다(1,2권으로 나누어졌지만 한 권이라 보고.) 내리는 비가 일으키는 먼지 냄새가 훅- 하고 끼쳤는데, 언젠가 그런 냄새를 맡았던 알싸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초등학생 때인지 낡은 시립도서관 한 구석진 곳에서 물이 스며든 운동화의 질퍽거림을 참아내며 오래된 책들 사이에서 내가 꺼내 든 책에는 윤동주의 <서시>가 실려 있었다. 뭔가 이런 시를 외우고 다니면 '좀 있어보이는' 것 같아 그 시를 외웠었고. 시립도서관이 아닌 수업시간 책 속에서 그의 시들을 다시 만났을 땐, 내가 '좀 있어 보이는 것' 같아 보이려고 외우고 다녔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했었고. 준수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행간에 숨어있는 시인의 고뇌를 어린 내가 제대로 이해했을리가 만무했었으니. 나의 경우에는 이러했고, 대한민국 사람 어느 누구에게나 들이대고 아는 시인의 이름을 대보라고 하면, 빠지지 않을 이름 석 자 '윤동주'에는 저마다 얽힌 이런 이야기들이 있지 않을까. 



짧은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지만 이야기는 연합군 최고사령부 법무국 검찰과의 미공군 조종사 실종 사건 조사로 시작한다. 일본의 항복 선언으로 태평양 전쟁이 끝난 후의 일본군 전범 행위에 대한 진상 조사가 시작된 것. 종전과 함께 갇혀있던 사람들은 모두 풀려났지만, 전쟁 중 후쿠오카 형무소 간수부 간수병이었던 주인공 '나' 와타나베 유이치는 종전 후, 하급 전범으로 분류되어 감방에 갇힌다. 죄명은 포로 학대. 그러나 '나'는 말한다. 나에겐 미군 검찰관이 기소하지 않은 죄가 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 그리고 '나'는 기록한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러니까 이 책은 후쿠오카 형무소에 있던 한 명의 죄수와 한 명의 간수에 대한 이야기다. 


서두가 길었다. 형무소 안에서 잔인하기로 유명한 일본인 간수 스기야마 도잔이 살해당했다. 간수 살해 사건을 경찰에 알리지 않고 내부에서 처리하겠다는 소장의 말에, 떠밀리듯 사건을 맡은 사람은 업무 교대를 하면서 그를 본 마지막 목격자인 학도병 출신의 간수병 와타나베 유이치다. 유이치가 가장 먼저 입수한 단서는 하나. 살해된 스기야마 도잔의 간수복 주머니에 들어있던 시가 적힌 종이. 유이치는 스기야마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가를 추적해가는데 파헤칠수록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단순한 간수 피살 사건 뒤에 감추어진 죄수들의 대규모 탈출기도와 그 과정에서 드러난 간수이자 검열관이었던 스기야마 도잔의 이중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 게다가 유이치는 이런 모든 정황이 한 사람 '히라누마 도주'을 관통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끔찍한 노역생활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매질, 형량이 끝나 형무소를 벗어나더라도 결코 삶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것처럼 모두가 만성적 좌절에 쪄들어 있을 때, 히라누마 도주, 아니 '윤동주'는 시와 문장과 음악이 자유에 대한 갈망을, 희망을, 인간의 영혼을 지킬 수 있다고 역설한다. 책은 저자의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것 처럼 외피는 추리라는 장르적 재미를 가지지만 실제로는 전쟁의 광기 속에서 피어난 죄수와 간수, 혹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닌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유대를 보여주고 있다. 망가진 양심 때문에 더 악한 행동을 서슴치 않았던 스기야마가 윤동주를 알게 되면서 흔들리던 마음과 둘 사이의 아슬아슬하면서도 은밀한 내통의 과정, 더욱이 이들의 관계를 뒤늦게 눈치 채게 된 사람인 와타나베 유이치는 문학에 대한 애정을 품으며 살았던 감수성 예민했던 문학도였지만 살인사건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간수병으로서 죄의식 앞에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인물이라는 성격을 부여함으로서 이야기는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전쟁 속에서 피어난 작은 희망이었던 아름다운 문장들은 영원히 남아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고 있었다. 


물론 이 이야기는 허구다. 시대상과 제도는 기록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고 등장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 역시 소설적 개연성을 위해 재구성된 허구라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수록된 시 작품은 실제 작품들에 근거한다. 여기에 실려있는 윤동주의 시와 프랜시스 잠 등의 시 등은 실제 작품들이다. 랜만에 읽은 윤동주의 작품들은 소설 속 윤동주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으니 그 느낌이 퍽 남달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죄수번호 645번의 압수물을 자주 찾을 수 밖에 없었던 스기야마 도잔의 심정이 딱 지금 같았을까. 



사람들은 필적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고백하는 것이 아닐까? 글씨의 형태와 윤곽과 위치는 쓴 사람의 심성과 욕망뿐 아니라 당시의 기분과 분위기까지 말해 준다. 획의 삐침과 굳셈에 감춰진 심성, 물음표와 따옴표, 마침표와 온갖 구두점에 숨은 성정, 자간과 행간의 간격과 밀도에서 엿보이는 심리 상태, 꾹꾹 눌러쓴 서체의 고집과 마침표와 따옴표를 생략하는 단순함, 천천히 또박또박 쓴 꼼꼼함과 날아가듯 흘려 쓴 문장의 순발력, 위쪽 모서리부터 써나가는 알뜰함. 심지어 텅빈 백지조차도 글을 쓰지 않은 그 사람에 대해 말해준다_1권_37p.

책은 가보지 않은 도시처럼 매혹적이었다. 거대한 정신의 기둥들과 문장의 거리들, 난해한 구문들의 미로와 복잡한 음절의 골목들. 낱말들은 온갖 물건들을 진열한 상점들 같았고 구두점은 오래된 가문의 문장처럼 반짝였다. 구문들은 고요하게 숨을 쉬었고 낱말들은 들릴 듯 말 듯 속삭였다._1권_50p.

시간은 언제나 너무 늦게 오거나, 아니면 너무 빨리 온다. 우리는 언제나 너무 빨리 만난 사랑 때문에, 너무 오래 만나지 못한 사람 때문에, 그리고 너무 늦게 알아버린 진실 때문에 아파한다._1권_51p.

그는 결코 알지 못했다. 읽는다는 것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는 것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감각이라는 사실을. 한 줄의 문장을, 한 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한 인간을, 혹은 그의 세계를 읽는 행위라는 것을._1권_169p.

"어차피 한쪽에다 걸어야 한다면 희망에다 걸게. 절망에 걸어도 남는 것은 더 큰 절망뿐일 테니까. 내 경험으로 보면 장사는 잘될 거라는 쪽에 거는 게 이문이 많이 남더라고."_1권_190p.

"문장이 당신 자신도 모르는 당신의 모습을 보여 주었으니까요."_1권_203p.

"알지는 못해도 느낄 순 있어요. 살결을 간질이는 바람의 감촉과, 바람에 실려 가는 먼지와 작은 모래알들, 그리고 바람에 스며 있는 계절의 냄새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느껴서 무엇을 하겠다고?"


동주는 회의를 담은 물음표에 이어질 말들을 생각했다.'세계는 화염에 휩싸였고 청년들은 병정개미처럼 죽어 가는데......" 그렇다. 시는 총알을 막지 못하고 문장은 전투를 중단시키지 못한다. 어쩌면 시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공허한 시인의 위로와 초라한 시의 격문이 무슨 소용인가? 동주는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쟁의 광기가 언어를 초월해도 그 야만성을 증거할 것은 결국 언어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순결한 언어만이 가장 참혹한 시대를 증언할 수 있을 것이다._1권_227~228p.

"...(중략) 사람의 기억은 완전하지 않고, 완전해서도 안 돼요. 우리는 기억하는 능력을 가졌지만 잊어버리는 것 또한 우리의 능력이니까요. 좋지 않은 기억은 잊어버림으로써 온전히 존재할 수 있어요._2권_171p. 

- 왜 아무도 말하지 않고, 드러나길 원하지 않는 일에 대해 집필했습니까?


- 누군가는 그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보고 들은 것들을 절대 망각 속에 사라지게 할 수 없었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무, 심지어는 거짓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과거의 잘못을 다시 곱씹을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새 출발 하자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잊지 않아야 돌이켜 볼 수 있고, 돌이켜 보아야 과오를 찾을 수 있고, 과오를 찾아야 잘못을 인정할 수 있고, 잘못을 인정해야 용서를 빌 수 있으며, 용서를 빌어야 용서받을 수 있고, 용서받아야 새롭게 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_2권_288p.

- 이해할 수 없군요. 왜 억지로 죄를 뒤집어쓰려는 겁니까?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왜 죄가 되냐고요?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우리는 언제나 죽느냐 사느냐를 생각하지만 문제는 죽느냐 사느냐가 아닙니다. 문제는 투비(To be), 즉 '가만히 있느냐?" 낫 투비(Not to be), '가만히 있지 않느냐' 입니다. 행동하느냐 행동하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인 것이죠. 안다면 행해야 하고 행하지 않는 지식은 부도덕하며 나아가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입니다._2권_2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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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iuwe.co.kr BlogIcon 아유위 2012/08/23 14:58

    간만에 비가 안내리는 날이네요.
    날씨가 제법 선선하기도 하구요.

    좋은날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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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식 선생의 <욕망해도 괜찮아>라는 책이 출간되었을 때, 나는 '욕망' 이라는 단어가 주는 낯섦에 대해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욕망. 무엇을 가지거나 하고자 간절하게 바란다는 뜻을 가진 단어.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어떤 것에 대한 '욕망'은 우리 안에 자연스레 들어차 있는 것인데, 이 단어를 낯설게 느꼈다는 건 무슨 뜻일까. 비단 이 '욕망'에 '성(性)'에 대한 욕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지만, 내가 '욕망' 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이 어떻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이 비밀스럽다는 것, 남에게 보여지면 안 될 것 같다는 것 등이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히트는 욕망이란 '거시기' 한 것이라는 대답.  나 참. 그럼 그 '거시기' 한 거란 대체 어떤 건데. 어쨌든 욕망이란 건 자신을 둘러싼 두꺼운 외피를 한꺼풀 벗겨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열망이면서 동시에 진짜 '나'에 대해 아직은 숨기고 싶은 어떤 비밀스러운 최후의 보루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욕망의 유령들>이라는 제목의 책이 한 권 도착했다. 포르타주 형식을 차용해 인간의 '욕망', 그 중에서도 성에 관한 욕망에 대해 작가의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손발이 절단된 사람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성적 매력을 느낀 남성, 가학성애자였던 패션디자이너 여성, 발에 대한 맹목적인 페티시즘을 갖고 있던 남자, 의붓 딸에게 푹 빠져버린 밴드리더. 이런 사람들을 보며 작가는 인간의 '욕망'에 관해 탐구하기 시작한다. 4부로 나누어진 책은 이들 각각이 가진 욕망의 근원들과 그 욕망들이 어떻게 이들을 사로잡게 되었는지를 파헤쳐가는 과정이 실려 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욕망을 다룬 책인 만큼, 이들의 '욕망'은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었으며 훨씬 노골적이었다. 쇠막대기에 매달려 불 위에서 구워지면서 고통을 느끼고 이 고통을 통해 쾌락을 얻는다는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짧게 언급되기는 하나 가십거리로 듣고 넘겼던 대변성애자의 이야기는 또 어떻고. 아무리 '화성인 바이러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여전히 이렇게 정상의 궤도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보면 '다르다' 보다는 '틀리다'의 시선이 더 우선적이었던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작가가 이들의 이야기를 실으면서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욕망'을 가진 사람들도 있어요, 라고 보여주고 끝내는 것은 분명 아니었을 게다. 이들의 사례를 통해 어떻게 우리는 평범하든 괴이하든 특이한 성적 욕망을 지니게 되었을까, 또한 이러한 욕망들이 얼마나 선천적인지, 아니면 학습적인지, 얼마나 가변적인지 아니면 고정적인가에 대한 의문을 함께 품기를 바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사례를 읽다보면 우리가 충분히 궁금해 할 만한 이런 질문들에 대해 입장을 달리하는 이론들이 상충하기도 한다. 존 머니는 성도착에 관한 글을 쓰면서 성도착은 생물학보다는 학습의, 본성보다는 환경과 양육의 산물로 보았다. 성욕의 다양성은 진화의 불가피한 타협물이라 본 것이다. 반면 그의 제자였던 벌린은 본성보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머니의 신념에 동의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본성의 막강한 힘과 진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 대변성애자 환자가 파트너의 동을 몸에 바르거나 먹고 싶어하는 것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성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허용'이라는 심리학자 윈스턴 와일드의 주장 역시 신선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과학자들이 성도착을 로렌츠의 각인 실험과 관련지으면서 남성의 욕망이 형성될 때도 비슷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도, 정신분석학으로 동성애자들을 치료하려고 시도했다가, 동성애는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해롭지 않다고 주장하며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1973년 동성애를 정신과 질환 목록에서 삭제하는데 기여한 프로인트의 이야기도 신선했다. 또한 이런 욕망들을 가진 사람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가는 지, 어떻게 치료받고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지의 과정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저자는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지만, 어느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우리가 별 고민없이 사용하는 단어인 '변태'로 낙인찍어 버린 이들에게 저마다의 욕망과 그에서 기인하는 고통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소아성애자의 욕망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위험성을 떠안고 있는 일일 것이니 이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예를 들어 에스엠 공동체에도 '안전하게, 제정신으로, 합의에 의해'라는 나름의 기준과 원칙이 있다니. 이런 경우라면 대체 어떤 기준을 정상으로 보고 그들의 욕망에 어떤 잣대로 들이댈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을 읽는 내내, 그리고 닫으면서도 여전히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아무튼 그것을 계기로 내 욕망은 무엇인지 들여다 볼 수 있으면, 그것보다 더 큰 '이해'는 없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경우가 내게도 생긴다면? 그러니까 내가 내 욕망을 들여다 봤을 때, 이들의 욕망과 완벽한 일치를 보이지는 않더라도 어떠한 접점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면? 혹은 이런 '사례'로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고민이 아니라 내 주변의 가까운 사람에게서 이러한 고민을 듣게 되었을 때라면? 좀 더 직접적으로 와닿게 된다면 '이해'의 깊이와 정도가 조금은 더 달라지겠지 싶다. 



p.s : 이 책은 심리학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듯 하다. 학부 때 이상심리학을 배우면서 열심히 발표자료를 위해 찾아 헤맸던 이상성애자들의 사례에 대해 간만에 들여다보게 되었다. 


p.s : 오타가 종종 눈에 띈다.

74p(두번째 문단 세 번째 줄)_ '공항 발작' 이 아니라 '공황 발작'이 맞다.

85p(첫 번째 줄). 93p(아래에서 두 번째 줄)._ '남자 부인'이 아니라 '남작 부인'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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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topsy.tistory.com BlogIcon 즈라더 2012/08/14 07:18

    사람 내면의 욕망은 모두가 같을 수 없고,
    욕망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

    꽤 생각할 거리가 있는 책이로군요.

    • Favicon of http://hwanyou.net BlogIcon 환유 2012/08/14 10:48

      그랬던 거 같아요.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힘들겠지만, 그 욕망들의 다양성에 대해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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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나를 희생해도 좋다.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슨 거짓말이든 할 수 있다.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살인자가 될 수도 있다. 모두가 가장 소중한 사람만을 생각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 가장 상처입지 않을 방법을 생각했다.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어도,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했던 것일까. 누구도 진실을 파헤치려 하지 않았다. 내가 지켜 주었다는 것을 상대는 모른다. 알리고 싶은 생각도 없다."_65p.



비극을 함께 공유한 사람들, 그때 그들 서로는 자기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진실'을 숨겼었다. 


도쿄의 한 초고층 호화 맨션에서 대기업 간부인 노구치 다카히로와 그의 아내 나오코가 사망했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 있던 네 명으로부터 자세한 상황 설명을 듣는다. 노구치 부부와 친분이 있던 대학생 스키시타 노조미와 스키시타의 친구이자 노구치가 근무하는 M상사의 신입사원 안도 노조미, 레스토랑 출장 디너 담당 나루세 신지, 꽃 배달을 온 것으로 가장한 작가 지망생 니시자키 마사토. 경찰은 범인 본인의 자백과 나머지 세 사람의 증언을 토대로 니시자키 마사토를 체포한다. 재판 결과 니시자키 마사토는 10년형을 언도받는다.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10년 후,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네 명 중 한 사람이었던 스기시타 노조미는 6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자 욕심이 생겼다. 10년 전, 그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이 누굴 위해서 뭘 했는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이제는 감춰진 '진실'을 이야기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비극을 함께 공유한 사람들, 하나같이 모두 이름에 스펠링 'N'이 들어가는 그들 서로는 그때 자기 자신이 아닌 누군가 즉, 'N'을 위해 '진실'을 숨겼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N이 상처입지 않을 방법을 생각한 결과, N을 위한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진실을 묻기로 했던 것이다. 그야말로 '사랑하기 때문에'가 가져온 결과다. 


근래에 읽은 미스터리 소설들이 전부 '반전'을 위해 중반부분까지 애써 웅크리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소설은 오히려 반대 양상을 보인다. 한 사건을 두고 관련된 네 사람의 각각의 시선을 통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점에서 속도감이 붙었으나 본격적으로 '진실'을 밝혀 나가는 작업은 오히려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N을 위하여>는 미나토 가나에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하면서 겉으로는 추리/미스터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결국은 '궁극의 사랑은 죄를 공유하는 것이다' 라는 명제 아래 생각지도 못했던 사랑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 형태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이해하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는 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진도가 더뎌졌음도 사실이고. 이러한 '사랑'과 '배려'의 형태가 결국은 자기합리화의 한 단면이라는 점, 상대가 그 마음을 몰라줘도 나는 다 이해할 수 있고 또한 괜찮습니다, 하는 초월적인 형태의 사랑이란 결국 니시자키의 말처럼 '픽션'에나 존재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런 면에선 좀 더 사랑에 대해 현실적인 면을 취했던 안도 노조미와 입장을 같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모르지 또. 

사랑에 눈이 멀게 되면, 그 어떤 행위도 사랑이 그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려(259p) 안에 들어있는 모이를 먹기 위해 스스로 뜨거운 오븐 속으로 기어 들어가고야 마는 '작열하는 새'가 되어 있을 지도. 



"그럼 말이지, 스기시타에게 사랑이란 뭐지? 아니, 바꿔 말하지. 궁극의 사랑이란?"


문과계 인간들은 이런 일로 열을 올리는가. 좀 더 생산적인 얘기를.....


"죄의 공유."


(중략)


"매사 말하기 나름이라더니. 그거, 중고생 녀석 둘이서 도둑질을 했는데 손을 잡고 도망치다 보니 신이 나더라, 뭐 그런 얘기와 똑같잖아. 완전히 저급한 수준의 사랑이라고."


"그건 공범이지. 공유라는 것은 아무도 모르게 상대의 죄를 절반 짊어지는 거야. 아무도, 그러니까 상대도 모르게 죄를 떠안고 아무 말 없이 떠나는 것."


"그런 걸 사랑이랄 수는 없지. 굳이 말하자면 자기애랄까. 아무 말 없이 죄를 감싼다면, 죄인은 평생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하고 형편없는 인간으로 살아갈 거 아냐. 나라면 내 여자가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그걸 감싸지 않을 거야. 그건 잘못이야."


"그럼, 경찰에 넘길 거야?"


"같이 갈 거야.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지."_154p.


정면 돌파가 아닌 방법은 모두 임시방편이라고 여겼는데, 목표에 도달하는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 모양이다. 그 길을 얼마나 다양하게 찾아내느냐에 따라 결과도 상당히 달라지는 것이리라. 모든 일을 정면 돌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뜻일까._171p.


행위와 이유는 어떤 경우에도 한 쌍인 것일까. 이미 일어나 버린 일에 대해 뒤늦게 이유를 늘어놓아 봐야 사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동기다, 경위다, 이유다 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일까._2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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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topsy.tistory.com BlogIcon 즈라더 2012/08/09 12:34

    그렇게 되더이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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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젊은' 작가다. 20대의 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나지 않은 20대 작가가 써내려간 20대의 비루한 일상을 바라보던 시간들은 가슴 깊이 공감이 가는 만큼 쓰리고 아렸다. 이제 등단 10년 차, 30대로 접어든 작가가 독자들에게 내어놓은 여덟 편의 단편들을 읽는다. 함께 공부하고 졸업한 친구들이 '서른'의 문턱에 다다른 2012년, 한 살 일찍 학교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나는 아직 그 '서른'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기웃거리고 있다. 하지만 '서른', 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느낌. 그 때문에 변화해야 될 것 같은 의무감과 변화하고 싶다는 기대감과 변화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힘겨루기를 한다. 나의 이십대는, 화려한 무언가 되어 있을 것을 꿈꾸었지만 삶을 '살아내는 일' 자체가 힘겨움의 연속이기도 했다.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나 만큼이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하나같이 지지리 궁상맞은 주인공들의 삶은 처절했고, 그들을 바라보는 게 때로는 위안이 되기도 했다. 아, 우리는 모두 이렇게 고통을 감내하며 버텨내고 있구나, 하는 공감. 나와 같이 늙어가는 작가가 있다는 사실이, 그의 생각과 표현을 통해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문학을 통해 위로 받고 싶어하는 나에겐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완소'하는 김애란 작가가 30대가 되어 내어놓은 여덟 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도 여전히 고달픈 건 사실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교도소에 들어가면서 시작된 자신의 스트레스성 탈모를 항상 감추고 살아야만 하는 기옥씨(『하루의 축』), 가 있다. 하루에도 수백 편의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북적이는 공항이 그녀의 직장이지만, 정작 그녀는 한 번도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다. 공항에 상주하는 7백 여 명의 청소 노동자들 중 한 명인 기옥씨의 삶은 녹록치 않다. 탈모가 심하게 진행되고 부터 늘 머릿수건과 모자를 쓰고 다니는 기옥씨는 모든 것이 깨끗하고, 환한 공항에서, 자신이 단 하나의 얼룩처럼 보이지 않을까(191p.) 늘 노심초사한다. 전세금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재개발지구에 전세를 얻은 부부(『벌레들』)도 있다. 그동안 살았던 집들보다 넓은 집으로 이사를 왔다는 행복도 잠시, 아래쪽 재개발 구역에서 베어낸 오래된 나무에서 기어 나오는 벌레들 때문에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벌레와의 사투를 벌이던 중 반지 케이스를 떨어뜨려 남편이 없는 새벽 1시 혼자 반지를 찾으러 간 재개발구역에서 양수가 터진 임산부의 처지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가족에게 멸시 받는,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변변치 않게 살아가고 있는 택시기사 용대(『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도 있다. 명화를 만났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열에 달뜬 청춘처럼 새삼스럽게, 늙은 추방자들처럼 절박하게(148p) 사랑했던 순간들 역시 오래가지 못한 행복이었다. 새로운 삶을 동경하는 비행운(飛行雲)을 꿈꾸었던 사람들은 그 꿈을 꿀수록 현실을 결코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비행운(非幸運)의 늪에 빠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비행운>
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들은 변함없이 재미있고, 변함없이 날카로우며, 변함없이 괴롭고, 변함없이 지지리 궁상맞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그 인물들의 연령 스펙트럼이 더 넓어졌다는 것 정도. 그렇게 이번 소설집에선 좀 더 농익은 김애란 식 '비극'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제 김애란 식 '비극'은 하나의 장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장르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그 경험의 시작은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와 함께 하면 더욱 좋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두근두근 내인생>처럼 착한 소설말고, 더 날카롭고 더 처절하고 구질구질한, 그러나 그럼에도 위트있는 소설을 더 만나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아무도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걸 모른다는 고립감. 그리고 그걸 누구에게도 전하지 못한다는 갑갑함이 밀려왔다. 수면 위로 아른아른 조용하게 빛나는 여름 햇빛이 보였다.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유혹하듯 화사하게 출렁이던 차안(此岸)의 얇고 환한 막. 나는 그 빛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손에 걸리는 거라곤 쥐자마자 이내 부서지는 몇 움큼의 강물이 전부였다._『너의 여름은 어떠니』,41p.


현대의 복잡하고 거대한 시스템이 정적(靜的)으로 평화롭게 돌아갈 때, 그 무탈함이 주는 이상한 압도, 안심, 혹은 아름다움 같은 것이 공항에는 있었다. 사람들은 그걸 길게 뻗은 고속철도나 우아한 현수교, 송전탑에서도 느꼈다. 시커먼 타이어 자국이 밴 활주로 사이로 휘이- 시원한 가을바람이 지나갔다. 정차된 항공기들은 모두 앞바퀴에 턱을 괸 채 눈을 감고 그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나라에서 불어와 어떤 세계로 건너갈지 모르는 바람이었다. 몇몇 항공기는 탑승동 그늘에 얌전히 머리를 디민 채 졸거나 사색 중이었다. 관제탑 너머론 이제 막 지상에서 발을 떼 비상하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딴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중력을 극복하는 중일 테지만 겉으로는 침착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얼마 뒤 녀석이 지나간 자리에 안도의 긴 한숨 자국이 드러났다. 사람들이 비행운이라 부르는 구름이었다._『하루의 축』,176p.


몇백 원 더 비싸지만 부드러운 국산콩 두부를 먹고, 호기심에 일반 생리대보다 두 배는 비싼 유기농 소재의 패드를 써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좀 죄책감이 들었다. 생필품을 절약하지 않으면 돈 모으기가 힘든데. 씀씀이가 커 눈만 높아진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변기에 앉아 화장지를 끊을 때마다, 부드러운 두부 조직이 식도를 건드릴 때마다 전에 없던 설렘과 만족이 찾아왔다. 그리고 만약 그런 '기분'도 구매할 수 있는 거라면 그걸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다._『큐티클』,212p.


"너 나 만나서 불행했니?"


그러곤 곧장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저쪽에서 긴 침묵이 이어졌다. 초조해진 서윤이 황급히 황급히 변명하려는 찰나 경민이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

"그런 거 아니었어."

"......"

"힘든 건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기다리는 게 지겨운 거였어."_『호텔 니약따』,276-277p.


저는 지난 10년간 여섯 번의 이사를 하고, 열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두어 명의 남자를 만났어요. 다만 그랬을 뿐인데. 정말 그게 다인데. 이렇게 청춘이 가버린 것 같아 당황하고 있어요.그동안 나는 뭐가 변했을까. 그저 좀 씀씀이가 커지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물건 보는 눈만 높아진, 시시한 어른이 돼버린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요. 이십대에는 내가 뭘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게 결과일 따름인 듯해 초조하네요. 언니는 나보다 다섯 살이나 많으니까 제가 겪은 모든 일을 거쳐갔겠죠? 어떤 건 극복도 했을까요? 때로는 추억이 되는 것도 있을까요?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것은 없는데. 다른 친구들은 무언가 됐거나 되고 있는 중인 것 같은데. 저 혼자만 이도 저도 아닌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져요. 아니, 어쩌면 이미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더 나쁜 것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고요._『서른』,293-2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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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이 아내 안수현PD와 함께 차린 영화사이자 영화 <도둑들>을 제작한 '케이퍼 필름' 자막이 뜨는 순간, 영화 <도둑들>에 대한 기대치가 한층 더 높아졌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매번 내놓는 작품마다 괜찮은 성적의 관객 동원을 이끌어냈던 최동훈 감독이 이번에도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스타일의 영화를 가지고 돌아왔다. 한국형 범죄영화. 그렇지. 한국에서 케이퍼 무비를 가장 잘 빚어낼 수 있는 감독하면, 역시 최동훈이지. 게다가 캐스팅도 화려하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김해숙, 전지현, 오달수, 김수현. 그 화려함은 말할 것도 없다. 원래 잘 나갔든, 지금 잘 나가든 그야말로 핫(hot)한 스타들을 다 모아놨으니 이들의 출연료를 대체 다 어떻게 감당할까 고민했던 건 역시 기우였나. 개봉 12일만에, 688만이 넘는 관객들이 영화 <도둑들>을 관람했다고 하니, 일단 수익분기점은 넘겼을까.



최동훈 감독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한다면 아마도 짖궂은 MC들이 마지막 질문으로 이 질문을 던지지 않을까. "최동훈 감독에게 '오션스 일레븐'이란?". 이번 영화  <도둑들>도 '오션스 일레븐'과의 비교는 피하기 어려운 것이었겠지만, 최동훈 감독은 생각보다 훨씬 쿨하게 이야기했었다. '오션스 일레븐'보다 훨씬 재미있게 찍고 싶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라는 수식어는 영화  <도둑들>이 관객 앞에 선보이기 전까지 싫어도 어떻게든 안고 가야 하는 짐이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일단 '오션스 일레븐'을 잠시 보자. 저마다의 영역에서 출중한 능력을 지닌 멤버들이 한탕을 위해 모였다. 카지노를 털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은 꼼꼼하기 이를 데 없고, 그 실행 과정 역시 쫄깃할 정도로 긴장감 넘친다. 어김없이 변수는 일어나지만 어쨌든 도주 과정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으며,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의 돈을 훔치는 거라는 이들의 자기합리적 주장을 보고 있자면 이들의 행위가 어쨌든 '도둑질'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묘하게도 쾌감을 느낀다.  


그에 반해  <도둑들>은 영화가 지향하는 포인트가 조금 빗겨나 있다. 기존의 '오션스 일레븐'이 보여주었던 치밀하고 긴장감 넘치는 '도둑질'에 비한다면 이들의 본격적인 '도둑질'은 싱겁기 그지 없다. "뭐야, 정말 이렇게 끝나는 거야"라고 투덜거릴 때, 영화는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로 방향을 튼다. 이들이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는 과정은 오히려 영화 초반 미술관을 터는 장면 이상의 임팩트를 보여주진 못했다. <도둑들>을 통해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면 뒤통수 맞기 딱 좋은 셈이다. 다이아몬드를 훔치자며 한 팀을 이루었지만 이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으로 군침을 흘린다. 한낱 모래성에 불과한 이들의 팀웤이 무너지는 순간 영화는 캐릭터 들간의 관계에 모든 것을 집중시킨다.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과정에서 쉽게 끝이 나버린 예니콜-잠파노, 첸-씹던껌의 관계를 벗겨내고 본다면 마카오박-펩시-뽀빠이의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영화의 후반을 끌어가고 있다. 사랑과 배신이라는 키워드는 영화를 보기 전까진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도둑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인 것은 분명하다. 



걸출한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다보니 캐릭터들의 비중도 고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전지현은 돋보적인 캐릭터 '예니콜'로 <엽기적인 그녀> 이후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고, 언젠가 영화 프로그램에서 '외국어 전문배우'로 소개된 오달수씨도 이번 영화에선 어색하지 않은 중국어 연기와 개성 넘치는 마스크 답게 개성 넘치는 역할로 웃음을 담당했다. 국민엄마 김해숙의 변신은 반가웠고, 역시 그녀의 존재감은 뛰어났다. 보기만 해도 훈훈해지는 김수현은 반전 근육질 몸매와 함께 풋풋함을 보여주었지만 애석하게도 그가 맡은 역 '잠파노'의 퇴장은 너무 급작스러웠달까. 이정재 역시 허세로 가득찬데다 비열함까지 갖춘 배신의 아이콘 뽀빠이 역을 잘 소화해 낸 듯 하다. 팹시가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이 역할은 김혜수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타짜>의 '정마담'에 이어 또 다른 팜므파탈 '팹시'를 만들어 낸 김혜수 역시 빛났음은 물론이다. 


이 많은 배우들 속에서도 역시 빛난 건 마카오박 김윤석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트위터에 짧게 평을 적으면서 이렇게 썼더랬다. 이 영화  <도둑들>은 김윤석의, 김윤석을 위한, 김윤석에 의한 영화라고. 그 말이 딱이었다. 영화를 보시라. 탄성을 자아내는 고공 와이어 액션이 증명해 줄 것이다. 쏟아지는 총알 세례 속 아파트 외벽에 매달려 액션을 펼치는 아날로그 액션은 '역시 주인공은 쉽게 안 죽어' 하며 낄낄대게 만들면서도 물개박수를 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액션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마카오 카지노의 30층 빌딩을 올라타는 전지현의 줄타기 액션과 카지노 주차장에서 벌이는 임달화의 총격씬과 자동차 액션씬은 기억이 안 날 정도니까. 




<도둑들>은 별 다섯 개 만점을 주기엔 중반의 지루함이 준 타격이 컸음을 부정할 수 없을 듯 하다. 걸출한 배우들이 하나씩 떠 맡은 캐릭터들은 정리되지 못하고 산만하게 겉돌기도 했으며, 본격적으로 보여주려했던 인물들의 관계 마저 한편으론 작위적인 것 같았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음은 마찬가지다. 겉어낼 건 겉어냈어도 괜찮았을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최동훈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케이퍼 무비를 최동훈 식으로 소화해냈고, 이번 영화 역시 관객들에게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뭐, 변방의 리뷰어가 예언 능력을 갖춘 건 아니지만, 극장을 찾는 많은 관객들이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 뜨거운 여름보다 더 뜨거운 영화가 지금 <도둑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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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rapper1229.tistory.com BlogIcon tasha♡ 2012/08/20 14:31

    저도 이 영화 봤는데....
    열흘도 안 됐는데 기억이 잘 안 나요. ㅠㅠ

환유씨에게만 보여주시려면 체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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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주목할 만한 신간소설들

상실의시대/이소설어때 | 2012/08/06 07:00 | posted by 멋쟁이 환유


더워서 정신줄을 놓고 살았다. 8월이 시작되자마자 추천 페이퍼를 쓰겠다고 책상 앞에 써붙여 놓고 결국 데드라인을 조금 오버했다. 이번 8월 추천 페이퍼는 별로 고민없이 다섯 편을 골라냈다. 보고싶은 작품들이 확실히 눈에 띄었었으니까. 페이퍼 작성할 때 추천 권 수에는 제한이 없지만, 그 전부터 최소 다섯 권은 읽어보자는 개인적인 목표로 늘 다섯 편씩 골라왔었다. 지난 7월 추천 페이퍼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고른 다섯 권의 책은 모두 신간평가단 추천 도서 선정에서 전부 탈락했다. 하. 편식하지 않고 고른답시고 고른건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편식 중이긴 한가보다.


이번에는 골라놓고 나니 다섯 권 모두 내용이나 장르보다 '작가'가 화두였다. 단편 소설집으로 찾아온 김애란 작가, 메디컬 엔터테인먼트의 장르를 구축한 가이도 다케루 작가, 오랜만에 장편 소설로 찾아온 심윤경 작가, <알렉스>로 알게 된 매력적인 프랑스 스릴러 문학의 거장 피에르 르메트르, 작가생활 25주년을 기념하며 신작을 출간한 다작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8월엔 이 매력적인 다섯 작가들이 선사하는 이야기 속으로 떠날 준비 완료다. 더운데 돌아다니지 말고, 시원한 커피 한 잔 하면서 독서의 세계로 빠져보는 거다. 이 만한 피서, 없으니까.



2012/07/05 - [상실의시대/이소설어때] - 7월에 주목할 만한 신간소설들

2012/06/06 - [상실의시대/이소설어때] - 6월에 주목할 만한 신간소설들




비행운

김애란│문학과 지성사│2012-07-18

김애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젊은' 작가다.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서 그럴까.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배경들에 종종 공감이 갈 때마다, 이 작가가 나와 함께 나이 먹어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팬으로선 참 묘하게 기분좋은 일이기도하다. 어쨌든 김애란이 돌아왔다. 여덞 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 역시 김애란은 <두근두근 내인생>처럼 '착한' 장편말고, 단편에서 좀 더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것 같다. 변함없이 재미있고, 변함없이 날카롭고, 변함없이 외로우며, 변함없이 지지리 궁상들이 등장한다. 달라졌다면, 그 인물들의 연령 스펙트럼이 더 넓어졌다는 것 정도. 그렇게 이번 소설집에선 좀 더 농익은 김애란식 '비극'을 선보이고 있다.    

★ 누구에게 추천할까? 
이제 김애란식 비극은 '장르'다. 아직 그 '장르'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모르페우스의 영역

가이도 다케루│김수현 역│펄프│2012-07-05

'팀 바티스타' 시리즈로 인기를 얻은 메디컬 픽션 작가이며, 장기이식, 불임 시술, 전염 병 등 실제 의학계에서 이슈가 되는 가장 민감한 이야기들에 리얼리즘을 부여하는 작가 가이도 다케루의 소설.

책 소개란에 실린 몇 줄의 설명만으로도 추천 이유가 확실한 책이다. 그래서 8월 추천 페이퍼를 쓰기 위해 도서 리스트를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 꼽았던 책이기도 하다. 이번 소설에서는 인공 동면 문제를 다룬단다. 일명 '콜드 슬립'. 의학 발전과 생명 윤리라는 간극 사이에서 펼쳐질 생생한 이야기들이 기다려진다.  

★ 누구에게 추천할까? 
가이도 다케루가 보여주는 '메디컬 엔터테인먼트'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사랑이 달리다

심윤경│문학동네│2012-07-20

진짜 오랜만에 만나는 심윤경 작가의 소설이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과 <달의 재단>은 읽었지만, <이현의 연애>와 <서라벌 사람들>은 패스하고 넘어갔었구나. 그러니까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오랜만에 만나보게 되는 심윤경 작가다. 이번엔 엉뚱하고 솔직하게 던지는 게 매력인 서른아홉 살의 혜나, 그녀의 미치광이 가족들과 그녀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란다. 눈에 띄는 노란색의 표지에서 전해오는 산뜻한 느낌만큼이나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 누구에게 추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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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임호경 역│ 다산책방│2012-07-25

지난달 신간평가단 추천도서였던 <알렉스>가 맺어준 피에르 르메트르 작가와의 인연(?)으로 이번 8월 추천 페이퍼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 책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 이 작품 역시도 2009년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은 남편과 아이, 시어머니 등 주변 사람들의 석연치 않은 죽음과 점차 심해지는 정신이상증세로, 잇따른 비극에 내몰리는 광기 어린 한 여인의 이야기라고. <알렉스>를 통해 작가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 때문에 더 볼 것도 없이 추천. 이 작품은 영화로도 제작 중이라고.

★ 누구에게 추천할까? 
<알렉스>가 준 느낌 괜찮았다면요! <알렉스>를 만나보지 못했다면, 이 책으로 프랑스 스릴러 거장을 만나보시길.


매스커레이드 호텔

히가시노 게이고│양윤옥 역│ 현대문학│2012-07-31

다작을 하기로 유명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생활 2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작품이란다. 2011년 일본에서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 공식 가이드>에 의하면 지금껏 발표한 작품의 수가 무려 77편이라고. 사실 그동안 추리 소설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내가 뒤늦게 빠져들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챙겨봐야 할 작가로 추천을 많이 받았다. 완벽하게 섭렵해주겠다는 나의 당찬 포부는 서점에서 제대로 무너졌다. 히가시노 게이고 코너에 꽂힌 그의 작품들만해도 사실 엄청났으니까. 어쨌든 나에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팬으로서 꾸준히 따라가야 할 작가다. 어쨌든 이 작품은 작가의 최신작이고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한다는데, 반응은 살짝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이다. 그래도 일단 읽어보고 싶은 작품.

★ 누구에게 추천할까? 
말해 무엇할까.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팬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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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06 17:53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hwanyou.net BlogIcon 환유 2012/08/14 23:52

      저도 요즘 눈에 띄게 책 읽는 속도가 느려지긴 했어요.ㅠㅠ 그래도 꾸준히 읽으려고는 노력하고 있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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